[심층분석] 독일이 아르테미스 협정 가입 고민하는 이유

  • 기사입력 2023.09.15 12:34
  • 기자명 박시수
▲2023년 8월 말 기준 아르테미스 협정 가입국 현황. 한국을 포함해 총 28개국이 가입했다. / NASA

 

[산경투데이 = 박시수 우주산업 전문기자]

 

최근 미국 NASA는 2028년 예정된 '아르테미스 4' 미션에 참여하는 우주비행사들이 달 궤도선인 '게이트웨이'를 사용하는 첫 인류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달에 유인 착륙을 단발성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달 거주(Humanity's Sustainable Presence On The Moon)와 나아가 화성 탐사까지 목표로 한다.

 

따라서 게이트웨이 건설은 아르테미스 계획을 지원하고, 미래의 심우주 임무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실증하기 위한 핵심 관문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게이트웨이 건설에 참여하거나 우주인을 보내는 일에 강대국들의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아르테미스 협정 미가입 상태로 참여하는 독일

 

게이트웨이는 2030년 퇴역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후속 사업으로도 볼 수 있다. ISS 건설에 참여했던 국가들 가운데 러시아(Roscosmos)를 제외하고, 미국(NASA), 유럽(ESA), 일본(JAXA), 캐나다(CSA) 등 주요국이 그대로 게이트웨이 건설에 참여하여 각국의 역할을 나누어 모듈을 개발하고 조립하기로 하였다.

 

특히 유럽의 ESA는 게이트웨이 주요 모듈 개발의 약 50%에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 독일은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게이트웨이 건설에 유럽우주국(ESA) 회원국으로 참여한다. 특히 독일은 달을 왕복하는 오리온(Orion) 우주선의 주 엔진을 만드는 핵심적인 국가로 그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독일이 아직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독일 내 여론은 부정적이다.

 

독일 언론은 현재 독일의 입장이 레이싱카 대회인 포뮬러 원에 참여하는 경주용 엔진 제조업체와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즉 엔진 제조업체는 조정석에 앉을 카레이서를 선택할 권리가 없는 것처럼, 오리온 우주선의 주 엔진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고도,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하지 않아 독일 우주비행사를 게이트웨이로 보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달 우주선 엔진만 만들 것인가" 비판

 

아르테미스 협정은 미국 주도의 달 탐사 국제협력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의 성공을 위한 우주 탐사와 이용 방식에 관한 일련의 원칙들을 담고 있다.

 

2020년 미국을 포함한 8개국(미국, 룩셈부르크, 아랍 에미리트,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호주)은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미국을 포함하여 총 2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1년 5월 서명했다.

 

아르테미스 협정이 발표되었던 초기, 미국의 최대 라이벌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유럽 최대의 우주 개발국인 프랑스와 독일은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미국이 1967년 제정된 우주조약에서 이탈하여 자국 중심의 우주개발 원칙을 새로 정립하기 위한 작업이며, 비용 측면에서도 미국이 주도하면서도 참여국들의 부담이 너무 큰 프로젝트라는 비판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에 오랫동안 호혜적인 유럽에서비판이 흘러나오자, 아르테미스 협정은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년 뒤인 2022년 프랑스가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했고 올해 6월에는 인도 역시 협정에 서명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거의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단절당한 러시아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제정된 '울프 수정안'(Wolf Amendment)을 통해 아르테미스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중국을 제외한다면, 이제 독일은 주요 우주 강대국들 중 유일하게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가 된다.

 

프랑스의 뒤늦은 아르테미스 협정 합류

 

아르테미스 협정은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과 같은 원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국제 사회 모두가 따라야 하는 의무적인 국제법의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협정에 가입한 국가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스스로 따라야 하는 원칙이지만, 이러한 원칙에 동의하여 가입하는 국가가 많아질수록 국제사회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전문가들은 협정에 서명한 나라가 많을수록 일종의 관습법화 된 아르테미스 협정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관습이 국제사회에서 법규범으로서의 확신을 받게 되면 단순히 관습법에 그치지 않고 국제법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럽우주국(ESA) 예산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프랑스는 2위인 독일과 함께 아르테미스 협정에 대해 대표적으로 반대했던 유럽 국가였다. 그렇기에 프랑스가 지난해 협정에 서명하며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하였을 때 큰 관심이 쏠렸다.

 

프랑스의 가입은 이러한 관습법적 관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NASA의 수석 정책 고문인 가브리엘 스위니(Gabriel Swiney)는 독일의 비가입을 두고 "국가들이 협정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밝혔다.

 

아르테미스 협정 관습법 지위로 발전할까

 

독일은 아르테미스 협정이 근본적으로 1967년 우주 조약의 원칙을 무시한다고 보기 때문에 가입을 미루어왔다. 협정에 대한 논의 초기부터 유럽 우주법 도입을 통해 우주 자원 사용에 대한 공통 표준을 정립하고, 유럽의 독점적 역할을 이끌어 나가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독일이 단순히 ‘엔진 제조업체’로 머물지 않고 독일 우주비행사를 게이트웨이로 보내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유럽에서 아르테미스 협정은 관습법으로 한 발 더 가까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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